그랜드캐년은 이름 그대로 광활하고 장엄합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깊고 드넓은 땅이 발아래 놓여 있습니다.
1천7백만 년에 걸쳐 콜로라도 강의 급류에 씻기고 깎여 깊이 팬 대협곡이 펼쳐져
저 멀리서 하늘과 맞닿으며 지평선을 이룹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장대한 협곡들이 첩첩이 늘어서
끝이 보이지 않게 뻗어 있습니다.
발밑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원시적인 생명력과 땅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랜드캐년은 명상하기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이 거대한 땅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미 반쯤 열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랜드캐년에서 자연의 거대한 힘을 충분히 느껴보며
내 안의 묵은 감정을 내보내고 대자연의 웅대한 에너지를 받는 명상을 해볼까요.
그랜드캐년 명상
편안하게 앉아 눈을 감고 숨을 고릅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자신을 느낍니다.
머리 위에 아주 용맹하고 당당하게 생긴 독수리 한 마리가 있다고 상상합니다.
극복하고 싶은 감정, 떠나보내고 싶은 기억,
미움, 원망, 슬픔, 상처 등 그 많은 감정들을 한덩어리로 만듭니다.
그 독수리를 가까이 불러 독수리 발에 그 감정, 기억의 덩어리를 쥐어줍니다.
독수리는 그것을 발톱으로 움켜쥐고 서서히 날아오르기 시작하고
그랜드캐년 상공을 배회하다 계곡 아래 콜로라도 강으로 날아 내립니다.
강물에 덩어리를 놓아버리고,
나의 나쁜 감정과 기억은 콜로라도 강의 세찬 물살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깨끗이 녹아 사라집니다.
그러고는 그랜드캐년의 장엄함으로 몸과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붉은 바위들을 보고, 붉은 바위가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을 보고,
구름을 보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를 보고
가슴 가득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이 대자연의 움장함을 받아들입니다.
그랜드캐년은 장엄하나 우리는 이 그랜드캐년보다 더 장엄한 존재입니다.
수억 년의 시간이 창조해낸 대자연의 장엄함 앞에서
길어야 백 년을 넘기 힘든 인간의 시간을 반추해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 나이 많은 땅은 인간에게 화두를 던진다.
그 동안 기를 쓰며 아등바등 붙잡고 있는 것들이 정말로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었을까?
그 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 이승헌 저, <세도나스토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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